(한국교통안전공단 X 철도경제신문 기획) 철도사고 발생원인을 분석해보면,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를 끊임없이 떠올려, 종사자들 간 공유해야만 철도사고를 줄일 수 있다. <그때그사건>을 통해, 이달에 발생한 철도사건 중 재조명이 필요한 중대 철도사고나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건을 되짚어 본다. 이를 계기로 당시 사고의 개요와 원인, 사고 이후 시설ㆍ제도의 개선사항 및 시사점 등을 살펴본다. / 편집자主.

 

 

1970년 10월 14일 충남 아산군 장항선 모산건널목을 통과하던 버스와 통일호 열차가 충돌했다. 버스에는 수학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던 경서중학교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학생 45명과 운전자 1명이 숨졌고, 30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현장. / 사진=경향신문 1970. 10.15일자 1면 '경서중생 45명 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70년 10월 14일 충남 아산군 장항선 모산건널목을 통과하던 버스와 통일호 열차가 충돌했다. 버스에는 수학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던 경서중학교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학생 45명과 운전자 1명이 숨졌고, 30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현장. / 사진=경향신문 1970. 10.15일자 1면 '경서중생 45명 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못다핀 꽃봉오리 사라진 날 / 마음은 아프고 천지는 울었네 / 여기 그들의 넋을 받들고 / 그 날의 아픔을 새기노라."

모산 철도건널목 사고 이듬해인 1971년. 안타깝게 숨진 학생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위령탑에 새겨진 비문이다.

1970년 10월 14일 오후, 충남 아산군 장항선 모산건널목(현 아산시 배방읍 인근)에서 버스가 철도건널목을 통과하다가 통일호 열차와 충돌했다. 이 버스에는 수학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가던 경서중학교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통일호 열차는 버스의 옆을 들이받고 약 80m를 더 주행했다. 버스는 열차와 부딪히면서 그대로 끌려가던 중, 연료통에 불이 붙어 전소됐다. 열차와 충돌해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 45명과 운전자가 숨졌다. 30여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버스 운전자가 건널목 앞 '일시정지'를 무시한 채, 좌ㆍ우를 살피지 않고 건너다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버스 안은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던 학생들이 마음이 들떠 노래를 합창했는데, 이때문에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없었고, 철도건널목 경보음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한 생존자는 운전자가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친 순간, 열차와 충돌했다고 증언했다.

사고가 난 버스는 정원보다 훨씬 많은 76명이나 타고 있어, 피해가 더 컸다. 또 학생들을 인솔하고, 버스의 안전운전을 감독해야할 지도교사도 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건널목에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현충사가 건립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이 철도건널목 통행량도 증가했다. 또 건널목 인근의 건물들로 인해, 운전자들은 열차 접근을 확인할 수 있는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사고 위험성이 더 컸다.

 

주민들은 경보기만 설치돼있던 '3종 건널목'에 차단기를 설치하고 안내원이 배치되는 '1종 건널목'으로 변경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는데, 예산 부족의 이유도 방치되고 있었다.

 

결국 △운전자 부주의 △학교측의 안일한 행동 △건널목 안전시설 부재 등 요인이 맞물려, 어린 학생들이 참변을 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문교부와 교통부 장관, 서울시 교육감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부는 10월 16일에 '버스 이용을 자제하고 열차를 이용할 것'을 지시했다.

1970년 10월 17일 중앙선 삼광터널(원주터널)에서 원주행 화물열차와 제천행 여객열차가 충돌해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인 모습. 여객열차에는 수학여행 중이던 인창고등학교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인창고 학생 14명이 숨지고 59명이 부상당했다. / 사진= KTV (대한뉴스 '이런일저런일' 1970.10.23 영상 갈무리)
1970년 10월 17일 중앙선 삼광터널(원주터널)에서 원주행 화물열차와 제천행 여객열차가 충돌해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인 모습. 여객열차에는 수학여행 중이던 인창고등학교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인창고 학생 14명이 숨지고 59명이 부상당했다. / 사진= KTV (대한뉴스 '이런일저런일' 1970.10.23 영상 갈무리)

 

 

그런데 이번엔 열차를 타고 수학여행 중이던 학생들이 변을 당했다. 

정부의 지시가 내려진 후 불과 하루 뒤인 10월 17일, 중앙선 삼광터널(원주터널)에서 석탄과 목재를 싣고 서울로 가던 화물열차와 수학여행 중인 교사와 학생을 태운 제천행 여객 열차가 서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교감을 포함, 인창고등학교 학생 14명이 숨지고 59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가 난 원인은 '신호체계' 때문이었다.

중앙선은 단선 구간으로 상ㆍ하행 열차가 신호에 따라 움직여야만 충돌 등 대형사고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사고 당시 중앙선 '열차집중제어장치(CTC)'가 고장났었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원주역에서 제천방향으로 여객열차를 출발시켰다. 이때 제천역에 있던 화물열차에 정지신호를 주고, 선로전환기도 본선과 분리시켜야만 여객열차와 충돌하지 않는다.  

그런데 화물열차에 정지신호가 현시되지 않았고, 선로전환기도 본선으로 연결돼 화물열차는 본선으로 주행했다. 마주오는 제천행 여객열차와 같은 선로로 달리게 됐다.

 

뒤늦게 열차가 잘못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열차 간에 무전기가 없어 충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상황을 모르던 두 열차는 단선에서 각자의 진행방향으로 질주했다. 그러다가 제천행 여객열차와 서울행 화물열차의 기관사가 서로 마주오고 있는 열차를 발견했다. 

하필 곡선에서 마주쳐, 기관사는 미리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두 열차는 삼광터널에서 정면 충돌했다. 경서중학교 참사 뒤, 연이어 발생한 대형 사고에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고, 한동안 전국에 수학여행이 금지됐다.

10월에는 대부분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는 계절이다. 나들이객들의 이동 수요도 많다. 지난해에만 철도건널목에서 1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철도건널목에서 사고가 나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건널목을 횡단하는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건널목을 통과하기 전, '일단정지'하고, '좌우를 살핀' 후 건너야 한다"며 "만약 건널목에 갇혔다면 반대편 차단기로 돌파하거나, 먼저 몸을 피하는 등 위험상황 발생 시 조치요령을 숙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철도건널목 CCTV 의무화' 제도를 법제화하는 등 건널목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건널목 안전수칙을 잘지켜 즐거운 여행이 악몽이 되지 않도록 하고, 무엇보다 두번 다시 꽃다운 학생들이 철도사고로 참변을 입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